태그 : 고딩
2010/02/11   막장 졸업식? [2]
막장 졸업식?

학교가 감옥 같다고 느끼는 건 지금 세대나 내 세대나 내 앞선 세대나 다 똑같다. 머리 좀 길렀다고 복도에서 뒤통수 맞아가면서 빡빡 밀렸고(도대체 학교에 바리깡이 왜 있냐), 야간자율학습인지 야간의무학습인지 아니면 구류인지 모를 지랄을 2~3년 동안 했다. 어쩌다 가끔 해 떠 있는 동안 집에 가더라도 메가스터디에 돈 갖다 바치러 가야했고, 중간 기말 중간 기말 리듬감 있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다음에, 잊을만하면 모의고사 친다고 또 책상 줄을 맞춰야 했다. 어떤 체육선생은 자기가 한 30분 자다가 늦게 나왔으면서 그 사이 떠들었다고 14살 먹은 꼬꼬마 애들을 일렬횡대로 모셔놓고 죽빵을 날렸다. 학창시절 선생 중에 좋았다고 기억되는 선생들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체벌은 필요 없었다. 행여나 체벌을 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근거와 정도를 냉철하게 지킬 줄 알았다. 그 한 줌의 스승들을 제외하고는 학생을 인간으로 보는 선생이 없었다.

학생이 학생다워야지. 이 책임도 없고 근거도 없는 말 한 마디에 팔, 다리, 대가리가 죄다 잘린 채로 12년을 보냈다. 요즘 나보다 어린 애들이 ‘요즘 애들은 쯧쯧’하면서 벌써 어른의 얼굴이 되어 있던데 그 어른이 바로 너희들이 그렇게나 경멸하던 ‘꼰대’다. 뭐가 진짜 잘못된 것이었는지는 지금보다 고딩이었던 당신이 더 잘 알거다. 궁금하면 과거에게 물어보라. 막장 졸업식은 한국에서 태어난 인간으로서 처음으로 맛보는 해방감이 폭발한 모습이다. 학교가 그렇게 ㅈ같은 곳이 아니었다면 졸업식이 막장일 이유가 없다. 한없이 팽창하는 것을 갈수록 옥죄기만 하니까 나중에 빵-하고 터지는 거지. 학교 다닐 때가 좋았다고? 다시 고3으로 돌아가도 그런 말 나올까? 대학 떨어져서 자기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세상에? 과거는 참 미화하기 쉽죠? 그러고 보니 세상을 좀먹는 건 사실 ‘미화된 과거’일지도 모르겠군.

PS. 군대가 뭐 같다고들 하는데, 군대 가면 안다. 군대와 학교가 얼마나 똑같은지.

by 유민석 | 2010/02/11 21:37 | 잡소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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