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고기
2010/07/13   채식주의 [3]
채식주의
  몇 주 전, 누군가가 고양이를 패 죽여 아파트에서 던져버린 사건이 화제가 되었었다. 이 사건은 어이없게도 채식주의자와 육식옹호론자들의 사이의 논쟁으로 번져나갔다. 극악한 환경에서 자란 동물의 고기는 아무렇지 않게 먹으면서 고양이의 죽음에는 분노하는 것이 위선이라는 문제제기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한국의 거의 모든 논쟁이 그렇듯 보기 참 안쓰럽다. 이 문제를 육식 vs 反육식으로 이야기하니까 우왕좌왕하는 거고 난독증 쩌는 병신들이 양산되는 거다. 핵심은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자세다.

  경계를 어디에 그어야 할까. 목축과 사육은 근본적으로 동물의 본성에 위배되는, 그저 인간을 위한 시스템이다. 요컨대, 난 ‘윤리적 사육’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육 자체가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애완동물도 마찬가지다. 동물을 기르는 것은 이미 동물을 인간의 하위 개체쯤으로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애완동물을 위한다는 행위는 사실 인간을 위한 것이다. 정확히는 동물의 지배자(주인)로서 인간의 만족감을 위한 것이다. 식탁에 올라가는 닭의 운명은 동정하면서 제 애완견의 화학적 거세에는 주저함이 없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서글픈 혼란이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채식에 대한 무비판적 옹호가 은폐하는 문제들이다. 기아문제가 대표적인데, 난 채식으로 기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안쓰럽다. 동물이 먹는 곡물을 사람에게 돌려주면 된다는 주장에는 동물들이 그토록 극악한 환경에서 도축당하는 이유에 대한 무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축의 비육이 근절되어 잉여자원이 된 곡물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지구의 거의 모든 재화가 그렇듯 곡물 또한 자본의 손아귀에 있다. 제 3 세계의 식량 주권이 박탈당한지 오래인 현실에서 동물의 먹이로 사용되던 곡물이 굶주리는 이들의 배를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인가? 이 무슨 순진한 발상이란 말인가.

  이 시스템이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육식을 위한 욕심이 아니라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욕심이다. 가축의 비육이 비윤리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고 동물의 먹이가 인간의 식량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곡물을 인간에게 먹이는 것보다 동물에게 먹이는 것이 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채식주의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윤리적으로 사육당해 도축된 육류조차 먹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채식주의는 한낱 공허한 원칙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
by 유민석 | 2010/07/13 00:32 | 잡소리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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