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뭐냐면
내가 군대에 있는 게 문제가 아니고 기회가 온다한들 잡아 쥘 자신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마침내 출구가 보인다. 근데 미친 듯이 기어가야하는 수도관이다. 엄두가 안 난다는 거다. 가긴 가야겠는데 내가 저기까지 갈 수 있나. 그냥 좀 더 짧은 길이 나타나길 기다릴까. 그런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냥 기다리는 거다. 불로소득을 꿈꾸는 양아치나 다름없으나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다. 아, 이런 빌어먹을 청춘아!

쫓기듯 살지 않아서 난 실로 여유로운 놈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가만 보니 숨어 살았다. 하늘을 맞대어 한 점 당당함이 없으니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다. 김삿갓은 겸손했으나 나는 교만하다. 불구덩이에 던져져야 할 역사는 때깔 좋게 포장되어 세상에 공표되었다. 그리고 그건 내 내면의 첫인상이 되었다. 난 어떤 놈이다를 보여줄 땐 항상 기교를 썰어 놓는다. 기만전술이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대로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를 감추고 속이는 데 너무 능하다. 또한 그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것이 문제다.
by 벼룩 | 2008/04/24 04:02 | etc... | 트랙백 | 덧글(0)
상병 4호봉 사회 체험기
전쟁같은 3,4월을 보내고 휴가를 나왔는데 불편한 게 이만 저만이 아닌거라. 지하철 표 끊어 타는 건 이제 그러려니 하겠다만 괜시리 야리고 가는 저 女는 뭐냐? 왜요? 'OO지역 외박 중인 장병 10세 소녀 성폭행' 이런 뉴스가 생각나나요? 아니, 군인이 죄다 예비 강간범은 아니잖소? 강간범이 군대로 오는 거지 군대가 강간범 키우는 곳은 아니거든요. 댁 주변에 껄떡대는 새끼들이나 조심하세요. 엄한데서 술 쳐드시고 드러 눕지 마시고. 그래서 내 말은,, 그렇게 꼬라보지 말라고.


아직도 이사간 집으로 가는 길이 익숙하지 않다. 옛 집이야 눈 감고도 갈 수 있지만 여긴 자체 네비게이션을 작동시켜야 헤메지 않고 갈 수 있다. 집 문을 여는 데 열쇠가 필요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편할 줄은 몰랐다. 택시비가 12만원이 되더니 목욕비가 5000원으로 올랐고 책 대여료가 500원이 되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난 24살에 민증깠다. 이제 난 편의점 점원의 눈 빛만 봐도 안다. 신분증을 요구하는가 아닌가. 내가 눈으로 담배를 고르고 있으면 턱을 약간 내리깐 상태로 측면 50'방향에 서서 빠르게 훑는다. '밸런스 하나요''신분증 좀 주세요' 옳거니! 85를 확인하고 내뱉는 단말마 '어이쿠' 뒤에 생략된 말은 뭘까. '실례했네''보기보다 나이 많네'


허기가 도졌다. 가만,, 맥도날드가 배달이 됐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3만원 이상부터였나? 일단 가보자. 가는 길에 내 모교 학생들로 보이는 무리들을 만났다. 명찰이 빨간색이네. 나 때가 파란색이었으니까 지금 빨간색이면.. 가만있자.. 아 나 중학교 입학할 때가 10년 전이구나. 그럼... 모르겠다.


맥도날드 도착. "제품 하나라도 배달해 드립니다." 썅. 나 같은 고급인력에게 무가치한 노동을 시키다니.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니까. 알바를 구하나보다. 주간 4700원 야간 5900원 라이더 5700원. 요즘 최저 임금이 많이 올랐나보다. 군대오기 전까지 3100원인가 했던 것 같은데. 맥도날드가 노동착취로 좀 유명하지 않았나. 그나저나 라이더? 카트하냐? 햄버거 좀 뿌리고 다니겠는데? 그냥 배달원이라고 하면 안되나?


어쨌든 굉장히 피곤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가는 길. 너무 힘들다. 버스 탈까? 500m 밖에 안 가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잖아. 젠장. 아 어지러워, 거기 아저씨, 이상한 노래 부르면서 다니지 마요. 어디 선전가요 같은 거 하나 배워 와서 정신 사납게. 부동산 이름이 레크 빌이다. 뭔 뜻인가. Re-Creation Vill이란다. 발음은 멋지다. 리크뤼에이션 뷜~ 번역하면 '재건축 마을' 사장이 상당한 야심가가 분명하다.


우리 동네는 좋은 차들이 많다. 거짓말 안하고 1분에 한 번씩 외제차를 볼 수 있다. 그것도 다른 상표. 잘빠진 이 차, 이름은? 닛산 FAIRLADY 이름이 더 마음에 든다. 와우 이건 뭐야. 소나타1이잖아? 트렁크 후드 위엔 작살간지 문구 '창작과 비트' .........존경스럽다.


엘리베이터 앞. 아직도 경비원 영감님은 나를 모른다. 엘리베이터 앞에 안내문 한 장. "주민 투표 결과 CCTV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꽝꽝 도장도 아주 잘 찍혔다.
by 벼룩 | 2008/04/21 20:46 | Life & Live | 트랙백 | 덧글(2)
08.02.05 일기
Ⅰ) 24살을 먹었으니 23년을 산 셈이다. 23년간 나는 즐겁게 살기보단 편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아니, 노력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고 편안함을 추구했다는 편이 맞겠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크고 작은 숱한 대립을 피하며 살아왔다고 해야할 것이다.

인간은 싸우면서 강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체내의 항체 또한 그렇듯이 말이다. 내 정신건강은 무형의 적들과의 싸움을 피해오면서 상당히 나약한 채로 성장한 것만 같다. 겉 멋 든 것과 자존심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 나에게 지은 죄다.

자극없이 사는 인생은 걸음 하나 제대로 떼지 못하는 휴머노이드와 같다. 감성의 나태는 굴곡없는 편안함을 줄 지는 모르겠으나 치열한 즐거움마저 가져가고 만다. 말초적 스릴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20살 이전의 내가 그립기도 하다. 가시는 덤불과 같았으나 쓰린 상처는 순수했던 그 때를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Ⅱ) 사복을 벗은 지 400일이 되는 날이다. 계급장은 세 배가 되었고, 젊은 날의 한 페이지가 될 시간을 살았다. 금수강산이 변하는 데는 10년이 걸린다더니 과연 400일 정도는 강원도 태백산맥의 변화를 느끼기엔 턱없는 시간인가보다. 나는 변했으나 진보하진 못하였다. 그 변화는 고착도 아닌 퇴행도 아닌 종잡을 수 없는 낮과 밤의 변화를 닮았다. 역사는 진보하고 인간의 교양은 퇴보하는데 나 홀로 횡으로 변했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회색빛이 짙어지는데 난 언제까지 시간도 공간도 소멸한 차원 속을 사는가.span>



글은 한 100개 가까이 되지만 읽을 만한 게 없음-_-
by 벼룩 | 2008/02/19 04:35 | Life & Liv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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