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이야기

  똑똑하고 스타일도 썩 괜찮은, 약 10년 째 학부생으로 학교에 남아있는 패션좌파철학국문학도(?) J형이 말했다. "니 글은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오히려 아무 말도 안 한 것 같애." 내 글을 평가씩이나 해주어서 참 고마웠다. 비꼬는 거 아니라 진심으로. 이런 글 누가 읽나. 나도 안 읽는데. 일단은 읽기는 했다는 거 아닌가. 하여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J형의 감상평은 나 역시 글을 쓰면서 절감했고 여전히 절감하는 부분이다.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려던 글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져버리는 이유는 첫 째도 둘 째도 내가 아는게 없어서다. 현상 속에서 잔가지를 솎아낼 고유한 의식이 바로 서있지 않아서다. 결국 남들 다 하는 이야기 대충 머리에 넣어놨다가 줄줄 적어내기만 한다. 아니, 사실 내 생각이라는 것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불안한 거다. 내 생각이라는 것을 물 위로 띄우면 그 즉시 공포감이 엄습한다. 바다 한 가운데 툭 떨어뜨려 놓은 듯 어디로 갈지도 모르겠고 발 디딜 부표 하나 없어 후덜덜거린다. 논리를 잡아 채는 작업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발 밑으로 하나 하나 블럭을 쌓다보면 그 끝도 보이지 않는 수심에 질겁하고 또 질려버린다. 그러니까 좀 배워야 한다. 지식은 흙과 같은 것이다. 쌓일수록 수심은 얕아진다. 발 디딜 땅이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당연한 이야기. 

  그래서 나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함. 자꾸 땅 파지 마셈. 아, 마무리하기가 귀찮다. ......뭐지 이 병맛글은. 술 안 먹었음.

by 유민석 | 2010/05/20 19:27 | 잡소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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