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순진했던 시절을 굳이 찌질한 것이라 폄하하는 건 어른스럽지 못하다. 그건 삶에 대한 부정까지는 아닐지라도 현재에 대한 배반 정도는 된다. 인간이 자의식을 갖기 시작하면서 현실과 부딪칠 때, 그것을 사춘기라 한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코드와 함께 스며들 때, 그것이 성장이라는 착각을 종종 하기도 한다. 오춘기라는 퍽이나 촌스러운 어휘까지 만들어 내가면서 사회의 한 조각을 부정한다면 그건 그저 사춘기의 연장이라고 봐도 좋다. 그러니까 언뜻 정서의 안정기인 듯 보이는 현재도 커다란 격동의 흐름의 일부일 뿐인 것이다. 오르막 뒤엔 내리막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리막 뒤에 꼭 오르막이 있는 건 아니더라.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낯 부끄러운 과거라도 현재와 미래를 위한 시행착오라 여기기로 하자.

솔직히 뭘 잘한다고 광고하는 일이 민망하다. 그건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들은 옹색한 방법을 강구한 듯 하다. 자기소개서(물론 구직용)를 쓰는 법을 뒤졌더니 주관적인 판단은 하지 말라고 했다. 예를 들면, 나는 성실하다, 뭐 이런 말들. 다시 말하면 ‘나는 ~을 잘 한다’라는 걸 제 입으로 직접 말할 것이 아니라 경험을 들먹이면서 의미를 추출해내어 면접관이나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알게끔 하라는 뜻이다. 자기소개까지 수학적이고 기계적인 공식에 맞춰야 한다니 기분이 참으로 산뜻하다.

사실 이건 자기소개서 서문에 쓰일 뻔 했던 부분.
'뭐지 이 병신킹은??'이라고 할까봐..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시길.

by 유민석 | 2010/01/22 01:23 | 잡소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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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싱거운사람 at 2010/01/23 11:00
저는 서문이 매우 좋은데요~ㅎ
Commented by 유민석 at 2010/01/23 21:05
감사합니다. 나중에 면접관들이 님과 같은 분들이었으면 좋겠군요ㅋ
Commented by 푸른별리 at 2010/01/24 01:29
민석님이 다시 민석님같은(?) 글을 하나 둘 올려주셔서 좋아요. 킥.
Commented by 유민석 at 2010/01/24 14:37
뭔가 관성인듯. 여기서는 매번 요런 소리나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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