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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고 있다. 국방부 시계는 돌더라도 내 시간은 멈췄는지라 나를 둘러싼 공기 만이 시간의 이음새를 채움을 깨닫게 해준다. 나이 들어 서글픈 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알고 싶은 건 알 수 없고 알고 싶지 않은 건 온 몸이 느껴버린다. 좀 슬프다. 가슴으로 울고 싶은 날도 있는 법이다. 가슴 가득히 토해내고픈 먹먹함이 북받치는 날도 있는 법이다.
나는 항상 늦었다. 사춘기도 늦었고 성장도 늦었다. 사랑도 늦었고 대학도 늦었고 군대도 늦었다. 같은 서글픔을 공감하는 것도 늦을 것이다. 좀 안다하는 석학들의 책은 느리게 느리게 살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 말이 조급하게 들린다. 느리게 살기 위해 조급해지고 싶진 않다. 난 속도를 늦춘 게 아니라 뒤쳐진 거니까. 늦지만 급할 수 밖에 없다. 도망칠 수 없는 걸 알면서 왜 발버둥을 쳤을까. 앙탈을 부릴 바엔 차라리 같이 뛸 걸 그랬다. 늦은 발걸음의 대가로 조금 다른 눈을 가질 순 있었지만 곰곰이 따져봐도 그게 삶을 지치게 할 만큼의 값어치가 있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난 자본주의에 철저한만큼 경제적인 사람인데 왜 기회비용을 따지는 데 게을렀을까. 난 항상 현실적이지만 비관적일 때도 있다. 사람들은 항상 비관적으로만 생각한다고 여기는 것 같지만. 이번엔 비관적인 게 맞는 것 같다. 술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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